[사회과학]정신분석강의

제1부. 실수 행위들

나는 내 강의의 제목을 <정신분석학 입문>이라고 정함으로써 여러분들을 정신분석학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식이 없는, 그러므로 가장 기초적인 강의부터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서 대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여러분들이 정신분석이라는 것은 신경증이 있는 환자들을 의학적으로 다루는 하나의 치료법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으리라 전제하고, 이 분야에서는 많은 것들이 의학 분야에서의 치료법과는 몹시 다르게, 심지어는 거꾸로 진행되기도 한다는 것을 여러분들에게 예를 들어 보여 드리고자 합니다.

실수 행위들
우리 연구의 대상으로, 매우 흔히 일어나며 잘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간과되어 왔고, 건강한 모든 사람들에게서도 관찰될 수 있기 때문에 질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그러한 현상을 택하기로 합시다. 그것은 사람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이른바 <실수 행위Fehlleistung>라 일컬어지는 것들로서, 잘못 말하기Verlesen, 잘못 듣기Verhören 같은 행위를 말합니다. 우리의 의도에 가장 적당한 것으로 여러 가지 실수들 중 <잘못 말하기>의 경우를 추적해 봅시다. 어떤 여인이 상대방을 매우 높이 평가하는 듯한 어조로 “이 멋있는 새 모자는 당신이 직접 뒤집어쓴 것입니까?”라고 물을 때 이러한 말실수에서 ‘이 모자는 아주 어울리지 않는군요’라는 의미를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말실수는 다른 한편으로는 일관된 자기 생각의 명백한 표현인 것입니다. 잘못 말하기나 실수들 중 단지 몇몇 경우들만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고 대다수의 많은 경우들 역시 그러하다면, 이제까지 다루어 오지 않았던 실수의 이러한 의미는 불가피하게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실수의 의미에 대한, 즉 실수의 의도에 대한 순전히 심리학적인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됩니다.

실수 행위들(계속)
우리 연구의 많은 부분에서 <의미Sinn>라는 단어를 <의도>나 <경향>으로 바꾸어 써도 상관이 없을 것 같습니다. <잘못 말하기>라는 현상에만 충실하게 머물러서 그러한 종류의 매우 많은 관찰 사례들을 조망해 보도록 합시다. 그러면 그 의도, 즉 잘못 말하기의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는 경우들의 전체 범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정반대의 말이 의도한 말의 자리를 대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국회의장이 개회사를 하면서 “국회가 폐회되었음을 선언합니다”라고 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의 말실수의 의미나 그가 그렇게 잘못 말하게 된 의도는 그가 그 회의를 폐회시켜 버리고 싶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또 다른 경우들에서는 잘못 말하기가 그 의도하는 의미에 단순히 두 번째 의미를 덧붙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 그 문장은 마치 여러 개의 문장들의 연결이나 축약, 함축처럼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