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과 페미니즘

오늘날 우리는 어느 누구도 감히 단순 명확한 인식의 가능성을 강변할 수 없는 불확실성과 복잡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반면 우리가 초고속 인터넷 접속망을 통해 정보의 인출과 교류, 저장과 자료화의 자유로운 지평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하나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과학기술의 나날의 발전된 양상과 더불어 다선의 통로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는 정보화된 지식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우리의 제한된 인식의 용량을 가뿐히 초과해버린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왿� 부, 참과 거짓을 판단할 아무런 인식의 기준을 제공받지 못한 채, 회의에 찬 시선으로 고심하면서 ‘부적절한’ 행위의 편린만을 남발할 뿐이다. 현대의 사회(contemporary society)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모호한 지식의 층차들을 벗겨내고 실재의 진상과 마주하게 할 이론적 분석의 틀은 과연 어디로부터 가능한 것일까? 더군다나 ‘중층적 권력구조’라는 현실세계 속에서 가부장제적 성차별과 억압의 예리한 폭력적 정황들은 어떠한 도식들로써 규명되어지고 극복되어질 수 있을런가? 우리는 변화된 현대의 세계상을 올곧게 바라볼 수 있는 이론적 틀로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담론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우리의 관심이 가부장제적 권력구조의 폭로왿� 분석을 위한 이론적 틀의 모색에 있는 만큼 ‘페미니즘’과의 조우를 통해 얻어지는 표상들에 집중하도록 하겠다. 물론 우리 앞에는 이미 ‘모험적인’ 선임연구가들의 ‘모범적인’ 탐구의 노력들이 상당한 양과 질로 축적되어 있다. 그것들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과연 제대로 소화되었는가는 차치하고라도- 우리에게는 상당히 곤욕스러운 작업의 부과가 아닐 수 없었다. 본 발제를 통해 우리는 먼저 ‘포스트모더니즘’이 무엇인지 대한 개괄적인 이해를 시도할 것이다. 그런 연후에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을 어떻게 평가하고 용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정리한 다음, 끝으로 포스트모더니즘과 페미니즘의 긴장관계 속에서 생성된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의 주요 양상들에 대해 검토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