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문학을 고발한다 -친일문학을 비판하며-

역사적으로 민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계층이 필요하지 않았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이 역할을 맡아온 계층이 바로 지식인이라는 이름의 집단이며, 문학인이 이러한 지식인의 역할을 해 왔다.
이렇듯 지식인의 역사의식이 갖는 시대사적 의미는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겠다. 지식인의 역사의식은 “주체성”을 내포하는 것이다. 만일 그것이 단순한 자아의식에 기초한 것이라면, 그다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민족과 국가에 결부되는 역사의식을 지닐 때만이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의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주체성은 곧 자립성을 의미한다. 즉, 지식인의 역사의식은 시대적 상황과 요청에 부합해야 하고, 극단적 파국을 경계하며, 비판적으로 수용할 줄 아는 독자적 정신을 포함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자주성과 주체성에 바탕을 둔 비판적 역사의식은 일제 치하에 있던 36년간의 역사왿� 해방 전후의 사회적 혼란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시기의 지식인의 역사의식이란 것은 항거의 성격과, 민족이라는 이름 아래에 민중을 하나로 묶는 어떤 사상적인 성격을 동시에 띠었다. 이렇게 보았을 때, 지식인의 역사의식이라 함은 역사적 맥락에서 배운 수많은 교훈을 바탕으로, 민중과 같이 걸을 수 있는 주체적 실천 방향을 제시하는 데까지 이르러야 하는 것이다.
또한 지식인은 대중을 일깨우는 역할, 소위 교육적 역할을 담당해야하는데, 일제 강점기왿� 같이 한쪽의 편협하고 일방적인 정보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시대에는 이러한 역할이 특히 중요시된다. 그리하여 정의, 진리, 양심, 인권을 대변하고 보호하기 위해 이를 억압하거나 은폐하는 모든 실체에 대해 비판하고 저항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2000년 미당 서정주 시인이 타계했을 때에, 그 당시 언론들은 저마다 ‘민족 최고의 시인’이라는 수식어를 그에게 사용하였다. 그러나 서정주는 과거 일제왿� 군사독재정권의 편에 섰던 지식인이며, 황국 신민화 정책의 선전에 앞장선 인물이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주 드물며, 조선 청년들에게 일본을 위한 전쟁에 나가서 싸우다 죽을 것을 권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지식인으로서, 문학인으로서의 서정주가 과연 그에 합당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삶을 살았는가하는 문제는 앞으로 차차 살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