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 형제

1.들어갿�며
처음 교수님께서 12월달의 레포트로 카라마조프 형제를 지정해주셨을 때, 역시나 읽어보지 못한 책이어서 구입하기 위해 서점으로 향했다. 카라마조프 형제 책을 찾아달라고 서점 주인에게 주문하고 카운터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주인이 물어왔다. “두권으로 된 것과 세권으로 된 게 있는데 뭘로 줄까요?” 책의 분량이 많다고 듣기는 했지만 두 세권인줄은 꿈에도 몰랐던 나는 상당한 충격을 받고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돈도 모자라고 하여 책을 살펴보지도 못한 채 “그냥 두권으로 된 것 주세요”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두툼한 책 두권을 든 두 손보다 훨씬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왿� 살펴보게 된 카라마조프가 형제. 상하권 모두 500쪽을 훌쩍 넘는 두께를 자랑하고 있음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전의 <무정>, <삼대>를 읽는 것도 무척 벅찼었는데 카라마조프는 그 두권을 읽는 것보다 더욱 오래 걸릴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책읽기가 거대한 산처럼 숨막히게 다가왔다. 게다가 11월은 각종 레포트가 쌓여있는 기간이었기 때문에 막막하기만 했다.
학껓 가는 길 버스안에서, 한 두시간 비는 공강시간에, 잠들기 전 한시간씩 이렇게 빠듯하게 꼬박 이주일이 걸려서 읽게 된 카라마조프가 형제. 책을 읽는데 가장 지루하고 힘들었던 부분은 아마도 아직 아무 사건도 주어지지 않고 등장인물들에 대한 소개가 주를 이루었던 앞부분이었다. 게다가 재미를 붙여 읽을 만할 때 꼭 등장하는 “~이부분에 관해선 뒤에 가서 알기로 하고 지금은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라는 작가의 말. 게다가 그가 쓰고 있는 문체는 읽을수록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왠지 정이 가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딱딱하고 메마른 건조한 사막 같은 느낌. 정말이지 상권의 200p에 다다르기까지 책을 그냥 덮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든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인내왿� 끈기로 결국 끝까지 읽어버리게 되었다. 사실 지금 왿�서는 카라마조프가 형제에 대해 누군가가 물어온다면 추천해주고 싶을 만큼 재미있게 읽었고, 그만큼 내 마음속에 남은 감명도 있다. 인내왿� 끈기로 전독할 수 있었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