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향원정을 방문하고

향원지는 내전 뒤편에 있는 후원으로서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물 위의 비치는 향원정의 그림자는 환상적이다. 이 향원지는 장엄한 경회루왿� 달리 대체로 아늑하고 아담한 분위기가 묻어난다. 주로 향원정은 주변의 원림을 즐기기 위한 유휴처로서의 의미를 지니며 향원정은 그 자체가 감상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정자는 그 위에 올라 주변 경치를 즐기면서 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정자의 정(亭)은 곧 정(停)이다. 사람이 머무르고 쉬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향원정만을 구경할 수밖에 없다.(실제로는 향원정에 올라 주변과 향원지의 정취에 빠져보는 것이 더욱 본래의 의미를 이해하는 길일 것이다. 그래야만 향원정, 향원지, 주변궁궐, 공간적 간극인 하늘, 그 경계선인 산세로 이어지는 경관적 확장과 수렴과정을 이해할 수 있고 그 정점으로서의 향원정의 위상에 동일성을 갖을 수 있을 것이다.)
향원정은 오후가 되면 온통 하얀 색이 된다. 경치가 아름다워서 일까? 많은 신혼부부들이 여기에서 사진 촬영을 자주 한다. 그냥 두어도 한 폭의 그림이 되니 사람들이 좋아할 만하다. 경회루가 굳건한 남성적인 형국이라면 향원지는 아늑하고 매우 미려한 여성적인 형세를 나타낸다. 이곳은 왕실 전용의 휴식공간이었다. 향원지의 모습도 역시 경회루왿� 마찬가지로 사각형을 이루고 있지만 끝 모서리가 둥근 부드러운 사각형이다. 건천궁이 한창 복원중인 관계로 완성이 되면 잘 어울릴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들의 연못은 이처럼 네모로 형성되고 그 안의 섬은 둥근 형태를 보였다. 이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져 있다는 동양사상을 반영한 것이다. 향원지도 연못 한 가운데 네모의 섬을 두었다. 그리고 그 섬에 육각형의 정자를 지어 그 이름을 향원정(이 육각형의 정자는 집옥재의 팔각형의 2층 누각과 대비되는 다각형의 형상을 한 경복궁의 드믄 건물이다) 이라고 지었다. 향기가 멀리 퍼져나간다는 뜻이다. 정자는 둥근 섬 한복판에 네모난 기단을 두고 그 위에 돌기둥을 낮게 세운 다음 2층의 누각으로 꾸민 것이다. 1층에는 평범한 난간의 툇마루를 두었고 2층에는 닭다리 모양의 난간을 두른 툇마루를 두었다. 그리고 각 칸마다 예쁜 나무 창살들을 달아 멋을 냈다. 처마는 겹처마이며 육각형의 지붕을 올린 다음 가운데 꼭대기에 추녀마루들이 모이는 곳에 절병통을 얹어 마무리 장식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