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수덕사 건축답사기

화창한 가을날의 화요일 오전 북석거리는 광주시내를 벗어나 가을의 정취도 느껴볼 겸 우리나라 하앙식 건물의 유일한 예로 꼽히고 있는 완주군 경천면에 있는 화암사를 찾았다. 우리가 옛것을 찾아 나서는 이유는 그 안에 녹녹히 베어있는 사람의 손길을 느끼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옛집에는 철학이 있고, 인간과 호흡하고 자연과 호흡하려 했던 목수들의 배려가 깃들여져 있는 법이다. 집을 한 채 짓더라도 우리 조상님들은 그 속에서 인간 삶의 철학을 구현했고 건물을 놓을 자리왿� 그 건물의 기능이 철저히 철학에 입각해 지어졌으며, 거기에 자재 하나 하나에 살아있는 생명을 불어넣으려 했던 것이다. 구부러진 목재는 구부러진 대로 약간 깍아 먹은 것은 깍아먹은데로 그렇게 나름의 가치를 극대화시켰던 목수들의 기막힌 재주가 숨쉬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쓸모 없음이 없다. 보기에 보잘 것 없고 쓸모 없이 보여도 우리네 목수 손에 들어서면 다 쓰임새에 기막히게 배치된다는 것이다. 화암사가 그러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화암사를 짓기 위해 수많은 공을 들이며 장인들이 흘린 땀 한방울, 그들의 정성어린 손길, 말 그대로 장인정신을 물씬 느껴졌다. 이왿�는 다르게 오늘날 우리 주변에 흔하게 지어지는 집들은 특별나게 심혈을 기울이지 않는 바에는 대부분이 장사 속을 가지고 지어진 집들이라 그 안에 인간이 녹아 있는 것이 아니라 돈이 녹아 있다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화엄사는 전라남도 구례에 있는 거대한 절을 말함이며, 이곳 화암사는 깊은 산속 골짜기에 콕 박혀 있는 화암사를 말하는 것이다. 깔끔하게 포장된 아스팔트길을 따라 10여분 올라서면 화암사 주차장이 보인다. 차를 세워두고 산길을 걸어올라 가다보면 초입부터가 우리를 감싸 안는다. 그리 가파르지 않은 길에 낙엽이 소복하게 쌓여있어 기분이 한층 고조되었다. 조금 더 올라서니 분명 등산로가 아닌 이상한 산길이 나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