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오덜세이를 읽고

미학 오덜세이. 교수님이 이 책을 읽으라는 과제를 내주셨을 땐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미술을 전공하는 친구에게서 미학 오덜세이는 그림 그리는 사람들에겐 입��서나 다름없다며 꼭 읽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미술 하는 사람들이나 읽는 책이겠지‘라는 딱딱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으니 책에 대한 호감도는 굳이 말을 안 해도 어느 정도인지 알 것이다. 하지만 이런 첫 느낌과는 달리 책의 내용은 예상외로 흥미진진했다.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화는 꽤나 재밌었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신의 여섯 살배기 조카(10년이 흘렀으니 지금은 많이 컸겠지만)의 그림까지 넣었다. 이런 유쾌한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해놓고 석판화가 에셔의 작품세계를 테마로 "미학"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술술 풀어나간다. ‘에셔’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지만, 그의 그림들은 어디서든 한번씩 본 낯익은 그림이다. 에셔의 작품들은 매장의 첫 페이짿�왿� 마지막 페이짿�에 나오는데 흥미롭고 기괴하며 어찌 보면 무섭기까지 하다.
예술사를 쭉 훑는 내용이라 낯익은 예술품들이 많이 보였다. 특히 1학기 미술 이론의 시험문제였던 폴리클레이토스의 ‘창을 든 남자’는 미처 공부를 하지 못했던 내용인데, 다시 보게 되어 반가웠다. 또한 거의 마지막 장에서 뜬금없이 기하학의 대부 유클리드왿� 저자(진중권씨)가 나누는 가상의 대화도 재미있었다.
미학을 뭔가 거창하게만 생각할 게 아닌 듯했다. 그래, 말 그대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게 아닌가. 사람마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다르지만 그래도 아름다움과 추함을 구분하는 어떤 공통적인 기준이 있을 것이고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을 빌리기가 힘들어 오래된 책을 봤다는 것이다. 오래된 책이라 명화들을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접해 사물들을 구분하기가 꽤나 힘들었다. 또한 흥미로운 책인데 과제라는 명분 하에 약간 압박을 갖고 읽어 좀 지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