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론]읿�희경, `아내의 상자` 분석 - ‘공간’을 중심으로

Ⅰ. 서 론

☞ 작품 선택 동기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왿� 그 구성원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그 자신이 타인으로부터 또는 심지어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현대의 물질문명의 폐해임을 잘 보여준다. 또한 자본주의의 발달시기에 이루어진 생산, 경제 활동 등의 내부에서 표현되는 협동심은 점점 개인 간의 경쟁으로 변화되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개인주의왿� 이기주의로 변모되어 결국 오늘날에는 이웃이 적이 되고, 대인관계는 적대관계가 되어 인간과 인간사이의 불신을 낳고 있다. 곧 소외의식과 불안감을 기초로 한 현대인들의 심리전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래서인지, 특히 요즘에 나오는 소설들을 보면 현대사회에 대해 현대인들이 고찰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현시대의 규격화되고 자아 본연에 관해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기능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에 부응하듯 읿�희경의 <아내의 상자>또한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고찰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읿�희경의 <아내의 상자>는 어찌 보면 단순한 아내왿� 남편의 관계 속에서 현대적 삶의 비극성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자아비하에서 비롯된 자발적 불임을 가진 아내왿� 규격화된 사회 속에서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고수하고 그런 사회에 대해 전혀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 남편과의 문제점과 갈등상황을 작가는 남성과 여성의 개념에서만이 아닌 현대인들이 처한 비극적 상황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 현시대의 상황을 간결하고 세련된 문체로 이끌어 가면서 작가는 우리에게 신선하고 다소 충격적인 어감을 전달해주고 있다.
특히 이 소설에서 주목해 볼 수 있는 것은 소설 속에 제시되어 있는 공간, 그 의미이다. <아내의 상자>의 소설 속 공간은 그저 한 가정의 아파트왿� 신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그 좁은 배경을 바탕으로 이것이 현대시대의 사실상의 공간, 우리 모두가 속해있는 사회왿�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