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문 [영웅]을 보고

영화감상문 [영웅]을 보고


영화 <영웅>은 전국 7웅이 군웅할거 했던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을 진압하고 천하통일을 이룬 장본인, 진시황과 그를 암살하기 위한 자객들의 이야기다.
무엇보다도 영화 <영웅>은 중국영화를 중국인들이 보게 했다는 점과 서양인들에게 중국영화를 알린 점, 중국에서 금기시 되었던 중국역사의 일부분을 표현했다는데 의의가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영화는 진시황과 진시황을 암살하려는 자객들을 살해하고 그 공으로 진시황을 독대하는 영광을 얻게 된 지방의 한 관리 무명 이연걸 분 이 독대하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무명이 황제를 암살하려 했던 자객들을 차례로 살해하면서 자신이 공을 세우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가 거짓됨을 알아 차린 진시황제가 자신이 거짓이라고 생각했던 바를 회상의 형식을 통해 재구성하여 이야기하고 이에 무명이 자신의 황제암살계획이 탄로가 나자 황제가 미처 깨닫지 못한 바를 이야기하며 다시 과거를 회상하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즉 무명이 꾸며낸 이야기를 회상의 형식으로 보여주고 거짓임을 알아챈 황제가 자신이 생각하는 무명의 음모를 회상하고 다시 무명이 황제의 회상 중 미처 놓친 부분을 회상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무명이 황제 앞까지 오게 된 솔직한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는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함과 동시에 만리장성의 건축으로 유명한 진시황인 영정은 우리의 기억 속에 현자라기보다는 광폭한 인물로 남아있다. 하지만 영화 <영웅>에 그려진 그의 이미지는 전국시대 통일의 꿈을 알아주는 무사가 있다는 이유로 눈물을 흘릴 줄 알고, 또한 그 무사들의 죽음에 충심으로 슬퍼할 줄 아는 성군의 이미지다.
영화 속에서는 색이 여러 번 바뀌곤 하는데, 먼저 첫 번째 검정색 이야기는 진나라를 상징하는 전통 색상인 검정색을 표상한다. 검정색은 영화의 시작과 끝을 같이 하며 영화의 진행 시점이 되어 바탕을 이루는 이야기가 된다. 이름 없는 지방관리 무명(이연걸)이 영정(진도명) 앞에 장천(견자단), 파검(양조위), 비설(장만옥)의 검을 받치면서 <영웅>은 시작된다.
두 번째 붉은색 이야기는 어떻게 무명이 전설적인 세 영웅을 꺾었는가에 대한 것으로 무명이 진시황에게 들려주는 모험담이다. 나머지 이야기 중 가장 현실에서 멀긴 하지만, 동시에 가장 매혹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시선을 오래 두기에도 눈부신 세 연인들, 파검과 비설, 그리고 여월(장쯔이) 사이의 사랑과 질투, 욕정과 애증으로 점철된 인간적인 모습들이 그려진다. 셋 사이의 팽팽한 긴장과 묘한 감정의 줄다리기는 한겨울처럼 살벌하고 매섭지만 그들의 불꽃같은 감정의 소용돌이는 한여름의 사막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