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의 성공의 원인

3. 대중적인 성공과 예술계의 인정의 연관성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중성과 문학작품의 가치가 비례한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72명 중 57명이 “아니오”라고 응답하였다. 이미 대중들도 “문학작품의 가치”라는 것이 대중보다는 특정한 행위자들에 의해 결정되고 있는 현실을 인식하고 이를 전제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예술계의 인정”은 대중적 지지로 이어지지 않으며, 반대로 대중적 지지는 예술계의 인정과 별개의 문제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즉, 예술가가 지향하는 혹은 전문독자들이 요구하는 예술의 지향점과 일반 대중들의 기호의 지향은 상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성복, 황지우, 오규원과 같은 문단에서 지지왿� 인정을 획득한 시인들임에도 불구하고, 대중들 사이에선 별다른 인정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류시화는 시��학계 안에서 투쟁하고 실천하는 예술가가 아니라, 대중들의 기호를 반영하는 대중작가라는 점에 있다. 시��학계의 영역의 외부에 위치한 대부분의 일반 독자들은 문학을 평가하고 감상하는 기준에 있어, 시��학계가 요구하는 문학적 성취를 기대하지 않는다. 위의 “시대적 흐름”에 언급되었듯, 대중들은 더 이상 문학에 진지한 주제의식과 고민들을 요구하기 보다, 현실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는 안식을 기대한다. 이러한 기대는, 현실과 무관한 “사랑”이라는 서정주의적 세계관에 기초하고 있는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서정윤의 “홀로서기” 왿� 같은 시집의 상업적 성공이나, 이해인과 같은 종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작가의 대중적인 지지.에서 잘 드러난다 이왿� 같은 맥락에서, 류시화의 저작들 중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대부분의 것은 종교적인 구도의 주제의식을 지닌다. “산에는 꽃이 피네”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인생수업” “삶의 길 흰구름의 길”,”행복론” 등 은 모두 달라이 라마’ 라즈니쉬, 법정과 같은 종교인의 작품을 번역, 편집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시 문학계 안에서의 예술적 투쟁과 실천 은 대중들의 선호적 취향과 관심의 영역을 포섭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주목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대부분의 대중들은 시��학계에서 인정 받거나 명성을 얻은 시인들의 작품들을 접할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시��학계 안에서의 .이루어 지고 있는 실천과 투쟁은 대중들의 관심영역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 문학과 지성사, 창작과 비평사왿� 같은 문학잡지의 구독이 대부분의 전공자들의 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이런 모습을 잘 반영한다. 결국 대중적 지지왿� 기호가 소급되는 영역과 시��학계라는 예술계의 영역이 그 소통의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