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1. 들어가며...

버지니아 울프는 근대시기를 대표하는 영국 출신의 페미니스트이자, 유명한 작품들을 많이 남긴 작가로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있다.
글을 시작하기 앞서 우선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바는, ‘과연 버지니아가 살던 시기를 전후로 한 근대의 영국 사회는 여성에게 어떠한 사회였는가?’하는 점이다. 영국에서는 18세기 말 메리 울스턴 크래프트가 『여성권리의 옹호』를 써내며 여성참정권을 주장한데 이어, 19세기 중반 즈음 존 스튜어트 밀을 선두로 하여 여성참정권 요구가 상당히 증가하게 되었다. 이러한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굳게 닫힌 법전은 좀처럼 개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권리인 참정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다른 권리를 목 놓아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러한 수십 년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19세기 말부터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게 되었고, 차츰 여성의 참정권이 확보되면서 지위 향상 및 사회적 활동 등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1929년 작품인 『자기만의 방』은 표면적으로는 여성의 지위가 전보다 많이 향상되었다고 생각되는 시기에 쓰여졌다. 하지만 소설을 통해 그 실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분명 당시 영국 사회는 여전히 여성에게 닫힌 상황이었다. 버지니아는 『자기만의 방』을 통하여, 여성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경제적 자립성’과 ‘독립적인 공간’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화된 주장 말고, 버지니아가 정녕 말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을 것이다. 바로 ‘여성들이 충분한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었던 사회에 대한 분노’이었을 것이다.
이것이 비단 버지니아만의 분노였는가? 그녀가 이 소설을 통해 무엇을 지적하고 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부당한 것인가? 그녀가 제시한 해결책과 그것이 오늘날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2. 여성들에게 허락되지 않은 나만의 방

주지했다시피 영국 사회는 분명히 여성에게 닫힌 사회였다. 버지니아는 작품 속에서 이러한 내용을 충분히 담고 있다. 여성들은 돈을 충분히 벌거나 소유할 수 없었고, 잘 차려진 음식을 먹을 수도 없었다. 마음대로 도서관에 들어갈 수도 없었고, 무언가를 알고자하는 욕망을 표출할 수조차 없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자유도 허락되지 않았고, 자기만의 독립된 공간도 없이 그저 남성에게 예속된 존재로 살아가는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