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_History_X 감상문

‘America History X’ 라는 이 영화의 제목은 영화에 나오는 데니의 보고서 제목이기도 하다. 그의 교장선생님은 히틀러를 찬송하는 내용의 보고서 대신 새로운 보고서를 요구한다. 그것은 그의 형 데릭에 관한 보고서이다. 데니는 그렇게 해서 형의 지난날을 회상하게 된다. 흑백으로 표현되는 과거왿�, 현재를 넘나들며 이 영화는 형이 어떠한 인물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폭력적인 성향, 소수인종에 대한 분노, 백인 우월주의자 모임의 리더인 형을 보고 자란 동생 데니는 그러한 형을 의존하게 되고 닮아가게 된다. 인종 간 대립 장면들을 뛰어난 시각 스타일로 연출해 증오의 파괴력을 실감케 하는 그런 영화이다.
증오가 정말로 무서운 이유는 학습되고 집단화한다는 데 있다. 이 영화는 평범하던 데릭이 소수인종을 미워하게 된 원인이 아버지였음을 암시해주고 있다. 백인 우월주의 모임에 가입하기 훨씬 전부터 그는 아버지왿� 함께 하는 식탁에서 인종적 편견을 학습하게 된다. 그리고 DOC 멤버가 된 뒤 데릭은 하층 백인들에게 "우리 몫을 빼앗기고 있다"고 선동해 증오를 확산시킨다. 아버지에서 데릭에게로 전해진 증오는 결국 어린 데니에게까지 대물림되면서 더욱 강력해진 것이다.
증오가 사랑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먹이를 향해 일제히 달려드는 강력한 힘 때문이다. 단순한 놀림은 개별적인 대상을 공격하다 제풀에 지치게 되면 사라지지만, 증오는 대상을 집단으로 묶어 가혹한 폭력 제물로 삼곤 한다. 데릭이 유색인종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그들을 증오했던 건 어느 한 유색인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유색인이라면 어느 누구든 증오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증오의 밑바탕에는 항상 편견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흔히들 사람은 처음 태어날 때 백지장과 같다고 말한다. 그 백지장에 무슨 그림을 그려 넣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지듯이, 백지장과 같은 아이들에게 어떤 환경을 접하게 하고 교육을 시키느냐에 따라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만들어 낸 인종차별이라는 편견을 아이들은 꾸밈없이 그대로 학습하고 받아들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