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로그 선언을 읽고(독후감)

디��로그 선언이란 책은 이어령 선생님이 중앙일보에 쓰던 에세이를 묶은 것으로 겉표��에는 이어령의 데뷔 50년을 결산하는 역작이라는 휘황찬란한 수식어가 붙어 있지만, 단지 이어령 선생님이 현재 점점 디��털화 되는 현실에 ‘디��로그’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명하는 글이다.

1. 정보를 먹어라.
이 논의는 한국인과 유난히 깊은 관계가 있는 ‘먹는다’는 말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한국어에 빈번하게 나타나있는 ‘먹는다’는 표현에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인은 새해가 되면 떡국을 먹으며 나이를 먹고 마음도 먹으며, 욕도 먹고 겁도 먹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먹는다는 표현들이 유난히 많은 것에 대해 혹자는 그만큼 우리가 가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 민족 특유의 미각에 대한 관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상이 디��털화되면서 나타난 컴퓨터는 단순한 기계에 불과했지만 요즘은 그런 수단적인 차원을 넘어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 우리는 객관적인 정보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인터넷에 출현한 냄새 맡는 향기 통신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금니로 씹는 미각의 맛은 컴퓨터왿� 인터넷을 통해 전해질 수 없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음식 역시 무엇인가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음식 역시 미디어라고 주장한다. 인터넷에서 다운 받는 최신 정보를 “따끈따끈한 자료”라고 비유하는 것이나 개인용 컴퓨터의 선구자였던 애플컴퓨터의 브랜드 네임과 로고에 사용된 사과, 또 커피 브랜드 이름에서 따온 프로그래밍 언어 ‘자바’의 커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로고의 사용 등 컴퓨터왿� 인터넷에도 음식과 관련된 언어왿� 그림이 많다. 그리고 저자는 이런 현상들은 ‘미각’과 음식물이 정보사회에서 디��털화할 수 없는 마지막 아날로그의 영토를 대표하는 성벽이 된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즉 인간의 먹는 행위는 생리적인 욕구나 물질적인 경제 가치로만 설명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문화적 의미를 나타내며, 음식물이 정보를 교환하는 미디어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