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롻스텑스를 보고나서

다시 한 번 대학로의 거리를 걷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연극이라는 이름의 공연예술을 접하게 될 줄도 몰랐다. 허나 난 다시 대학로의 거리를 걷고 있었으며, 또 다시 공연티켓을 사고 있었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난 다시 연극이라는 공간에 다가서게 되었다.
대학로까지 가는 길은 처음보다 수월했다. 교통편도 미리 알아보았고, 시간도 넉넉하게 잡고 출발했다. 그 시간 서울대중교통은 붐비기 일쑤였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하지 않으며 지각은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도착하고 나니 시간이 한 시간정도가 남았다. 그래서 극장 주변을 둘러보니 카프카의 심판을 본 학전블루소극장보다 규모가 컸다. 문득 좀 편하게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연극 ‘심판’은 객석자리가 불편해서 중간 중간에 집중이 잘 안되어서 고생을 했기에 드는 어쩔 수 없는 푸념이었다. 시간이 되어 안으로 들어가서는 그 크기에 조금은 당황했다. 그러나 자리에 앉자 밀려오는 편안함은 괜찮았다. 8시가 되자 2시간 30분이 소요되는 극의 시작을 알리는 암전이 찾아왔다.

‘오롻스텑스’ 연극무대를 보고...
‘오롻스텑스’의 무대는 ‘심판’의 무대왿�는 사뭇 달랐다. 백색의 배경으로 이루어진 무대왿� 중심에 있는 문하나 그리고 망루를 뜻하는 공간이 무대의 전부였다. 물론 트로이의 목마를 뜻하는 소품이나 아버지의 무덤을 의미하는 소품도 있었으나, 오히려 ‘심판’의 무대가 더 효율적으로 느껴졌고 재미있었다. 물론 작품의 주제나 경향에 따라 무대장치도 달라지고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무대장치를 구성하지만 카프카의 ‘심판’의 무대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작은 공간에서도 각각의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연출자의 고뇌가 느껴지는 그런 무대를 꼽으라고 한다면 내 짧은 경험으로는 그 무대를 꼽을 것이다.
하지만 첫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무대공간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복수의 여신들의 등장은 나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고, 어딘가에 있는 계단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