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1. 줄거리
1962년 생 81학번 영빈은 소설가로 등단한 이후로 이렇다 할만한 작품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영빈은 대학을 졸업하고 공채시험을 통해 모 의류업체의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하고 있던 중에 소설가로 등단하게 된 사실이 알려져 권고사직을 당한다. 소설을 쓰느라 그 동안 회사동료들과 어울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그로서는 소설가로서의 삶과 평범한 직장인으로서의 삶이 공존할 수 없음을 알고 미련없이 회사에서 나온다. 그 덕에 결혼까지 약혼했던 연인과 헤어지게 되고 그 즈음에 우연히 택시에서 해연이라는 9살 연하의 여자를 만나게 된다.
해연은 영빈보다 71년생으로 동화에 삽화를 그리는 일을 하는 여자였다. 해연은 참으로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난 여자였다. 초등학껓 때까지는 말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전기공사에 다니고 있었고, 어머니는 가정에 충실한 여자였다. 아버지는 딸과 아내에게 최고의 아버지자 남편이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어머니의 우울증을 계기로 해연의 가정에는 우울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어머니의 우울증이 치료가 되자, 곧 해연의 가정에 행복이 찾아드는가 싶더니 어머니의 외도로 인해 해연의 가정은 결국 파탄을 맞이하게 된다. 해연의 아버지는 해연과 함께 통영으로 이사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하지만, 해연의 아버지는 어머니로부터 받은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고, 낚시꾼으로서 살아가던 중 1994년 추자도 절명여에서 익사하고 만다. 해연과 영빈이 만난 것은 해연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몇 일 전의 일이었다.
영빈과 해연은 1994년 10월 21일 아침 7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같은 택시에서 처음 만났다. 그 날 택시는 성수대교를 향하고 있었고, 7시 30분이 지나서 성수대교가 택시 앞에서 붕괴되는 현장을 목격한다. 그 지옥 같은 상황에서 해연은 거의 넋을 잃은 상태로 사람들 사이에 있었고, 그런 그녀를 목격한 영빈은 해연을 그곳에서 데리고 나온다. 그로부터 9년 후 해연은 영빈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고, 영빈은 그녀를 알아보고 9년 전, 두 사람이 만났던 적이 있음을 넌지시 알려보지만, 그녀는 그저 모른 척 할 뿐이다. 두 사람은 연인도 아닌 친구도 아닌 어정쩡한 관계로 만남을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