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 ,『회색인』

1. 작가소개
최��훈은 소설가이자 희곡작가이다. 주요 작품 가운데 <광장>은 남북한의 이데올로기를 동시에 비판한 최초의 소설이자 전후문학 시대를 마감하고 1960년대 문학의 지평을 연 첫 번째 작품으로 평가되며, 문학적 성취 면에서도 뛰어난 소설로 꼽힌다. 또한 <회색인>은 1963년부터 1964년에 걸쳐 쓰여진 그의 장편소설로, 불안과 소외의식 등으로 고뇌하는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그린 작품으로 여겨진다.

(1) 작가의 생애
풍요로운 유년과 책읽기
최��훈은 1936년 두만강변의 국경도시 함경북도 회령에서 목재상인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원목을 공급할 수 있는 산판과 이를 상품으로 가공하는 제재소를 함께 운영하는 자영상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사업가로서의 바쁜 나날 속에서도 책 읽기에 힘을 기울이는 지적 성실성을 보여줌으로써 일찍부터 최��훈에게 지적 영향을 미친다. 이런 아버지의 영향으로 최��훈은 어린시절부터 책의 세계왿� 가까워질 수 있었다. 훗날 시인이나 작가가 된 사람들의 어린 시절이 대개 그러하듯이, 그는 이때부터 책을 읽는 일에 남다른 열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 시절은 최��훈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 가장 단란하고 풍요하며 평화로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전쟁, 그리고 어린 그에게 남은 상처
공산정권에 의해 중상류층 부르주아지로 분류된 아버지는 더 이상 고향땅에 발붙이고 살 수가 없어 원산으로 이주한다. 최��훈이 한국전쟁을 맞은 것은 원산고등학껓 2학년 때였다. 그리고 그 해 12월 원산항에서 해군함정 LST로 전가족이 월남한다. 최��훈의 가족은 다행히 원산이 본래의 생활터전이 아니었고 또 가족 일부가 잔류하여 기댈 만한 언덕도 없었으므로 전원이 월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삶의 근거를 뿌리 채 뽑혀야 했던 이 피난의 체험은 최��훈의 의식에 깊은 상처로 각인되어 이후 그의 삶과 문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비평가들은 이를 `LST의식` 또는 `피난민 의식`이라 불러 최��훈 문학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의 하나로 보고 있다. 그는 모 문학지왿�의 인터뷰에서 이 체험에 대한 감회를 이렇게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