겿�읿�꽃 서평

1905년 4월, 일포드 호는 조선인 1033명을 싣고 제물포 항을 출발하여 멕시코를 향한 긴 여정을 시작했다. 수많은 소설들을 집필한 현대 한국문학의 기대되는 작가 중 한명인 깿�영폙의 소설 「검은 꽃」은 역사소설의 형식을 취하며 이 배에 타고 있던 고아, 몰락 양반, 전직 군인, 내시, 도둑, 노동자, 파계신부왿� 같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따라가면서 집요하게 묘사해 낸다.
이 소설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소설 도처에 존재한다. 가장 크게 멕시코로 이주한 사람들의 인생 여로를 보여주며, 새로 맞이하게 되는 역경과 맞서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척박한 멕시코의 땡볕 아래서 그들은 좌절하기도 하고, 맞서기도 하고, 배신하기도 하며, 도망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그 거대한 이야기왿� 버무려져 박수무당과 배교한 바오로 신부로 대변되는 신앙과 종교에 기대고 배반당하는 ‘인간’의 이야기들도 간간히 보인다. 하지만 그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도 필자는 소설의 후반의 배경이 되는 혁명과 그에 따라 나오는 ‘국가’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책의 후반부, 이정이 몸담았던 혁명군에서 미겔이라는 무정부주의자가 등장한다. 그는 이 소설에서 잠시 스쳐지나가며 이렇게 말한다. “국가야말로 악의 근원이다. 그런데 국가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대지주들, 더 카우디요들을 몰아내고 혁명을 완수하면 또 다른 카우디요들이 정권을 잡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 쏘아 죽이는 수밖에 없다. 혁명의 지속하려면 그 수밖에 없다. 영원한 혁명, 바로 그것이다.”
이 스쳐지나가듯 언급된 국가에 대한 짧은 단상은 이 소설의 전체를 꿰뚫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작가의 무정부주의에 대한 생각과 더불어 국가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의 필요성과 그로부터 개인이 얻을 수 있는 것과 잃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