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리스트`를 보고

‘덜컹덜컹⿒�덜컹덜컹⿒�⿒�
일주일 간 이리저리 치여 축 늘어진 몸을 이끌고서 가족이 있는, 생각만 해도 푸근하고 따뜻한 집으로 돌아간다. 집은 지하철 4호선 끝자락의 상록수역 근처. 아마 지하철 노선표에 지대한 관심이 있거나, 안산 지역 사람이 아닌 바에야 ‘이런 역도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거다. 하지만 나름 소설 상록수의 바탕이 된 바로 그 상록수라는 사실. 뭐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다만 나는 지하철로만 1시간이 걸리는 그 머나먼 길을 언제까지 서서 가야 할지 입구역에서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서 혼자 예상해 본다. ‘운이 좋으면 인덕원역 정도에서 앉을 수 있겠지.’, ‘금정역에서도 못 앉으면 정말 신문지 깔고 바닥에 앉아볼까나.’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곧 사람들이 버글대는 사당역에서 오이도행 열차를 탄다. 그리고는 앉아있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마치 복권을 뽑듯이 사람들이 언제쯤 내릴지 나름의 판단을 하고난 후 선택한 사람 앞에 서서 그 사람이 빨리 내리기만을 기다린다. 그렇지만 항상 그렇듯, 묘하게도 내 앞에 앉아있는 사람은 엉덩이가 어찌나 무거운지 일어날 생각을 안 하고, 한참 옆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 둘 다들 훌쩍 일어나 가버린다. 오늘의 로또는 실패다. 실패 후 드는 생각은 ‘사람들마다 머리 위로 종착역이 써져 있으면 좋을 텐데.’
인생의 종착역. 죽음. 사람의 인생이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것에도 비유될 수 있다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역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다양하다. 내리기 전에 미리 열차 문 앞에 서서 차분히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강렬한 비트에 맞춰 헤드뱅잉을 하며 졸다가 역에 도착하고 나서야 자신이 내릴 역임을 알고 허겁지겁 내리는 사람, 역을 잘못 알고 내렸다가 다시 타는 사람 등 사람들마다 종착역에서 보이는 모습들은 정말 다양하고 흥미로워서 가끔씩 내 관찰 대상이 되고는 한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은 모두 자신이 내릴 종착역이 어디인지를 알기에, 내릴 역이 되면 다들 준비가 됐든 안 됐든 열차에서 내린다. 열차에 아무런 집착이나 아쉬움 없이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딱 한 번만 탈 수 있는, 사람마다 다르게 아주 특별하고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열차가 있는데, 어디서 내리게 될 지 알 수 없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자신이 내릴 역이 되어서 느끼는 감정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