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과 윤리

1. 서론

과학과 기술의 관계에서 그동안 지배적인 모델은 기술은 응용과학이란 것이다. 특히 현대의 고도로 발달된 기술로 보면 이러한 모델이 타당한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최근의 여러 연구 결과는 기술이 단지 과학의 결과를 이용하는 응용과학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기술도 독자적인 영역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과 기술은 ‘과학기술’이란 말로 통용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그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서로 독자적인 영역을 갖고 발달해 왔으며 오늘날에도 과학과 기술이 각기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서로 밀접히 상호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의 여러 형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공학이다. 공학은 상호작용이면서도 동시에 독자적인 지식 영역을 갖추고 있다. 대학의 공과대학의 커리큘럼이나 연구 프로젝트를 보면 과학이나, 순수 기술 영역과는 다른 독자적인 학문 영역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이처럼 공학은 과학 기술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학문, 그리고 활동으로 그 역할은 매우 크다. 이에 반해 공학이 지니는 윤리적인 함축에 대해서는 관심이 매우 적다. 특히 공학과 윤리왿� 관계에서 공학은 블랙박스이고 거기서 나오는 출력인 제품을 우리가 어떻게 이용하는가가 윤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공학과 윤리는 서로 별개인 것처럼 생각하기 쉬우며, 사실상 그렇게 해왔다. 공학은 비록 철저하게 자연을 탐구하고, 자연을 이용한 인공물 등의 제작을 목적으로 하지만, 현대에 왿�서 공학이 거대화 되어 공학 과정에서 일어나는 판단에는, 기술적인 것 못지않게 경영적, 사회적, 정치적 차원뿐만 아니라, 윤리적 차원도 그 속에 담고 있다.
과학과 기술은 과학자나 기술자에 의해 생산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제도화되어 사회의 정치, 경제적 제도들을 통하여 생산되고, 통제되고, 운용된다. 이 때 공학자나, 과학자들은 그러한 제도를 반성하지 못하고 제도에 종속되어, 그릇된 판단을 할 경우가 많다. 이러한 그릇된 판단은 엄청난 비극을 초래한다. 이 때 그 책임을 경영자나, 관련된 정치가 등, 기술의 결과를 운용하는 사람들에게 물을 경우도 있지만, 기술에 관한 전문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비전문가인 그들에게 묻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에는 자연히 공학자 또는 엔지니어가 그에 대해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점은 기술사회가 지니는 불가피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공학적 판단은 정치적이고 사회적이며, 나아가 윤리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전문가적 판단이 미치는 엄청난 결과 때문에 판단의 적정성, 형평성, 균형성 등을 고려해야하는 것 자체가 이미 윤리의 개입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다수의 전문직은 스스로 조직한 협회에 의해 제정한 윤리 헌장을 갖고 있으며, 거기에 선서하기도 한다. 동시에 그러한 전문직과 관련된 윤리적 판단을 올바르게 하려는 이론 개발에 주력하면서 그에 대한 교육을 하기도 한다. 의료윤리, 경영윤리, 최근에는 주제를 중심으로 생명윤리. 환경윤리 등을 다루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과학과 기술이 지니는 이왿� 같은 사회적, 윤리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한국 공학계에서는 공학윤리에 대한 연구나 교육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