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at wine

왿�인 시음 방법을 알지 못했을 땐 왿�인도 보통 술처럼 마시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정말 크게 잘못 알고 있었다. 일단 시음전에 여유로운 마음가짐과 나의 오감을 다 동원해야 한다. 시각을 통해 왿�인의 빛깔을 즐기며, 잔을 흔들어 후각을 통해 독특한 향을 즐기며, 입을 통해 다양한 맛을 즐긴다. 특히 후각이 중요하다. 어린 왿�인의 향은 아로마이며, 익은 왿�인의 묵은 향은 부케라고 말한다. 나도 이제는 왿�인을 마신다면 잔을 자주 흔들고, 아주 적극적으로 코를 깊숙이 집어넣고 향을 충분히 즐겨야겠다. 이런 재미를 모르고 지금껏 그냥 벌컥벌컥 마셨던 과거가 후회된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왿�인의 라벨을 가리고 해당 왿�인의 주품종, 원산지, 빈티지 그리고 시음소감을 적어내는 것이다. 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에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좋은 왿�인의 대명사는 프랑스 왿�인을 최고로 인정하는데, 1976년 캘리포니아 왿�인과 프랑스 왿�인과의 맛 대결을 벌였다. 모두들 당연히 프랑스 왿�인의 일방적인 우세라고 내다봤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캘리포니아 왿�인의 완승이었다. 프랑스에서는 난리가 났고 프랑스 왿�인은 제대로 숙성되어야 제맛을 낸다고 변명하였다. 2006년 파리 시음대회 30주년 기념행사가 기획되고, 보르도 왿�인과 캘리포니아 왿�인은 또다시 대결을 벌이게 되었다. 또 30년이 흐른 후에도 역시 캘리포니아 왿�인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앙코르 시음의 1위는 리지 빈야드 몬테 벨로 1971 차지했다. 우리나라에 비유하자면 김치를 일본과 대결을 벌여 졌다고 상상하니 그야말로 프랑스 왿�인의 자존심에 크게 상처가 된 일화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왿�인 경매라는 생소한 장소는 절대 가볼 생각을 못했을꺼 같다. 왿�인 경매에 참가하는 이유는 우선 왿�인을 싸게 살 수 있으며, 구하기 힘든 왿�인과 만날 수 있고, 마지막으로 경매 참가의 즐거움이다. 왿�인을 즐기는 사람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식사도 하고 왿�인도 마시고 거기가 경매까지 참관하니 일석삼조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매는 40퍼센트 이상 저렴한 값으로 경매를 시작한다는 가격의 절감이 가장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