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이야기(Life Along the Silk Road) 서평

Ⅲ. 맺음말
필자는 <<실크로드 이야기>>에서 논의하고 싶은 주제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이 지역에서 유지되었던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것이며, 둘째는 주변의 강대국들의 세력 다툼과 다양한 문화로 인한 잦았던 전쟁과 그에 따른 민중 생활에 관한 논의이고, 셋째는 텍스트에 드러난 ‘여성’에 주목하여 본 것이다. 이 세 가지가 작품의 내용에 관한 논의라면 마지막 논의는 작품의 형식에 관한 논의로 <<실크로드 이야기>>가 취한 소설적 형식과 사실성에 관한 논의가 그것이다.
텍스트를 읽고 있으면 마치 거대한 평지에 서기 750년부터 1000년 까지 250년 동안의 중앙아시아 실크로드의 모습이 눈에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모델하우스에 있는 신축 건물의 입체도보다 세세하게 수많은 사람들의 세세한 복장까지 묘사되었고, 건물들과 거리의 모습들, 기나긴 카라반의 행렬들이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모형도 속을 다니며 관찰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조금은 아쉬운 점이 있기도 하다. 그것은 모형도를 만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그 색깔과 디자인이 조금씩 달라지듯 지은이의 취향과 연구의 근거가 된 자료들에 따라 그 당시의 모습은 얼마든지 달리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텍스트의 내용들은 일정 부분 중국 쪽 입장에 기울어 있다. 후반에 실린 4편의 이야기가 모두 명목상 중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둔황을 배경으로 서술된 점이나 글의 여러 부분에서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에 있어 당시 중국의 경우들을 기준으로 서술된 부분도 눈에 띤다. 물론 역사적 자료라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실크로드 이야기를 보다 현지인들의 입장에서 서술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텍스트는 딱딱한 고고학 실사서왿� 상상력이 풍부한 소설 사이에서 적당한 줄타기를 하며 독자로 하여금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저자의 상상력과 생각들을 보다 더 반영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머리말 바로 다음에 나오는 실크로드 주변도는 지리를 전공하는 나의 관심을 이끄는데 충분하였다. 지리에 관한 지식을 공부하기 앞서 그 주변의 위치왿� 지리적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지도를 참고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책 마지막 부분에 찾아보기를 통해 서평을 쓰면서 어려웠던 용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