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 렘킨의 제노사이드
어떤 집단을 절멸할 목적으로 그 집단 구성원들의 생활에서 본질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토대들을 파괴하기 위해 기도되는 다양한 행위들로 이루어진 공조 가능한 계획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계획의 목표는 한 집단의 정치 제도왿� 사회 제도, 문화, 언어, 민족 감정, 종교, 경제적 생존 기반을 해체하고 개인적인 안전·자유·건강·존엄성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그 집단에 속한 개인들의 생명까지 파괴하는데 있다.

1941년 8월 24일 영국의 수상 처칠이 BBC 방송을 통해 독일 정규군과 살인특무부대가 소련지역에서 저지르고 있던 대규모의 민간인 학살을 “이름없는 범죄”라고 부르며 성토하고 있을 때, 라파엘 렘킨이라는 폴란드 출신의 유대인 법학자 한명이 그의 연설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그는 온 가족을 폴란드 땅에 남겨둔 채 홀로 탈출에 성공해 미국으로 망명한 사람이었다. 그는 3년 후 처칠이 “이름없는 범죄”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인종 학살에 “제노사이드”라는 생소한 이름을 부여했다. 제노사이드가 집단 성원들에 대한 집단학살과 같은 물리적인 파괴만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의 삶의 토대 및 사회적 양식에 대한 사회적 파괴도 포함하므로, 집단학살은 렘킨이 제노사이드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려 한 현상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렘킨은 1946년 10월 유엔 총회가 열리기에 앞서, 제노사이드를 국제법상의 범죄로 만들기 위해 미국의 여론을 움직이는데 주력했다. 렘킨의 노력의 결실로 유엔 총회에서 미국 대표단의 강력한 후원에 힘입어 렘킨의 주장이 주요의제로 상정되었다. 총회의 결의에 따라 법률 위원회가 작성한 결의안 초안은 살인이 개인의 생존권을 부정하는 것임과 마찬가지로 제노사이드는 전체 인간 집단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제노사이드가 유엔이 추구하는 목적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명시했다. 그 결과 유엔 총회는 제노사이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