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과 생태계 파괴

사건은 2007년 12월 7일 아침 7시 6분경에 발생하였다. 만리포에서 북서쪽 10km 해상에서 크레인을 적재한 삼성중공업 소속 1만 1800t급 바지선이 정박 중인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14만 6000t급)왿� 부딪치면서 비롯된 사고였다. 바지선은 인천대교 공사를 마친 뒤 예인선 두 척에 이끌려 경남 거제로 향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기상악화로 바지선을 끌고 가던 292t 예인선 2척 가운데 한 척의 왿�이어가 끊어지면서 왿�이어에 연결된 바지선이 중심을 잃고 유조선과 충돌한 것이다. 이 유조선은 이날 오후 2시 서산시 대산항에 입항할 예정이었는데, 모두 17개의 원유탱크를 갖고 있었고 이날 바지선에 부딪힌 탱크는 좌측에 있던 1번, 3번, 5번 탱크였다.
1번 탱크에는 오만산 원유 1만8215㎘,
3번 탱크에는 카타르산 원유 2만5019㎘,
5번 탱크에는 아랍에미리트산 원유 1만8873㎘가 실려 있는 상황이었다.
3개 탱크를 모두 합치면 6만2000여 ㎘에 달하는 상당한 양이 실려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탱크 상위 부분 기름이 유출되는 데 그쳤다는 점인데, 이는 당시 선장이 배를 오른쪽으로 5도쯤 기울여 무게중심을 잡는 가운데 빈 탱크에 원유를 흘려보내 유출속도를 줄였기 때문이라고 해양경찰청(해경)은 설명했다. 그러나 초기대응을 잘못해 원유 유출량이 많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5번 탱크는 사건 발생 직후인 12월7일 오전 7시30분에 파공 부위를 봉쇄했고, 3번 탱크도 4시간 후인 11시15분에 봉쇄했다. 그러나 1번 탱크는 다음날인 12월8일 저녁 8시18분에 최종 봉쇄되었다. 왜 이렇게 늦어졌을까. 이곳에서는 기름과 함께 증기(유증기)가 계속 뿜어져 나왔는데, 이것이 금속과 부딪칠 경우 스파크가 일면서 유조선이 폭발할 우려가 있어 압력이 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원유 유출량은 최종적으로 1만2547㎘로 판정 났는데, 이는 원 적재량에서 하역량을 뺀 수치이다. 이 유출량은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모든 선박 유류사고의 유출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단일 원유유출사고 가운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쏟아진 기름은 처음에는 남쪽으로 20km쯤 내려가다가 밤늦게 방향을 틀어 만리포 등 태안 지역을 덮쳤고, 이는 생태계에게는 끔찍한 재앙의 시작이었다. 태안 지역 사람들과 자연 생태계에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