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때인 1944년, 일본은 우리나라의 의료 인력을 전쟁에 동원하기 위해 간호사와 의사, 조산사 등을 모두 통합해 '조선의료령'이라는 법을 만들었다. 광복 이후 1951년에는 우리 정부에서 조선의료령을 근거로 한 '국민의료법'을 제정했고, 1962년 국민의료법을 '의료법'으로 개정했다. 의료법 제2조에서는 의사의 업무를 '의료와 보건지도'로, 간호사의 업무를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정의하고 있다. 이 같은 의료법은 1951년 제정된 이후 여러 차례 개정되었으나 기본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간호계는 1970년 초부터 간호 업무에 대한 법적 규제 개선을 요구했고, 1980년대에 들어서는 간호법 제정에 힘을 얻기 시작했다.

간호법이 제정된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과 일본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법에는 존재하지 않으나 모든 주에 간호법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간호법 제정국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은 1948년 '보건조산사간호사법'이 제정으로 조산사, 간호사, 준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다. 반면 유럽의 프랑스의 경우 '공공보건법'에 간호 인력의 업무 범위 등을 규정하고 있고, 벨기에는 '보건의료 전문가의 실무에 관한 법률'에 간호사 면허 취득 자격 요건, 업무 범위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핀란드는 '보건의료전문가법'에서 간호 인력 직종과 면허 취득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프랑스, 벨기에, 핀란드 등 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간호법 제정국가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2023년 4월 27일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간호법 제정을 반대도 강하다. 간호법은 간호사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열악한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로 발의되었지만 관련 법안 시행을 두고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특히,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 중으로 간호법을 둘러싼 사태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간호법 제정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간호사 업무 환경 및 처우 개선이 꼭 필요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간호사 수는 8.9명인데 비해 우리나라 평균 간호사 수는 3.8명으로 반정도 적다. 한국의 간호사는 평균적으로 1명당 16명의 환자를 맡고 있어 업무 강도가 매우 높다. 간호법 제정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그만두는 간호사가 늘어나면서 숙련된 간호사의 비율은 더욱 적어지고, 신규 간호사가 전체 간호사의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실태를 강조한다. 또한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간호사가 가정방문 등 의료기관 밖에서도 돌봄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간호사의 단독 의료 행위로 인한 의료사고 발생률 증가와 의료의 질 저하를 우려한다. 또한 간호법 제정으로 간호조무사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는 간호사의 지역사회 진출로 의료 주도권이 간호사에게 넘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의 단독 고용이 불가능해져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간호법 제정을 두고, 의료인들의 적절한 협의와 소통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이러한 간호사법의 제정과정에서 사회적 정책 갈등으로 인해 미래의 의료계의 사회적 비용이 증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모적인 정책 갈등을 위한 해법 모색과 대안제시가 더욱 긴요한 상황이다. 정책갈등이 합리적인 이성과 감정적인 대응이 혼합된 상황에서 양측의 상처가 더욱 곪아갈 수 있어서 이에 대한 정책진단과 정책현황과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중요한 정책문제 해결과정으로 생각된다.

가설1: 간호사법이 제정되면 의료기관의 수가 감소할 것이다. 가설2: 간호사법이 제정되면 간호사의 처우가 개선될 것이다. 가설3: 간호사법이 제정되면 의료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가설4: 간호사들의 자율적인 의료행위로 인한 피해 사례가 더 증가할 것이다. 가설5: 간호사법이 제정되면 미래의료 수요에 더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다. 가설6: 간호사법이 제정되면 이종 의료인력과의 정책갈등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가설7: 간호사가 돌봄 사업을 하게 되면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다. 가설8: 한국의 간호법 제정은 세계적 추세를 따라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골든 타임(Golden Time)은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시간으로, 사고 발생 후 수술과 같은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을 뜻한다.